일상/끄적끄적

새벽 기상을 돌아보며

싲니 2020. 11. 16.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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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버 김유진 변호사의 영향을 받아 새벽 4:30 기상을 한 지 어느덧 9개월이 넘어간다. 중간중간 우울증이 찾아와서 9개월 간 완벽히 4:30에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나름 올해 가장 지키려고 애를 썼던 부분에서 습관화는 된 것 같아 다행이었다. 지난 기간 미라클 모닝을 돌아보며 '왜 나는 아직 방황하는지' 생각해보았다. 사실 요즘 느끼는 건 휴식을 어떻게 취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남들은 잘 즐기는 휴식시간에 나는 맨날 핸드폰, 유튜브, 넷플릭스 등등을 비슷하게 하는 것 같아도 쉬는 게 쉬는 것 같다는 느낌이 안 든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쉬지를 않는다. 근데 그렇다고 시간을 흘러가듯 보내기는 싫어서 영상을 시청하는 것인데 오히려 할 일을 못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도대체 왜 그럴까.

 지난 아침 시간 활용을 되돌아보았다. 나는 과연 새벽에 무엇을 했었고, 하고싶었던 걸까. 일기를 살펴보니 거의 대부분 일의 연장이었다. 할 일들을 일찍 시작했던 것이다. 근데 솔직히 할 일을 하루 종일 해도 끝나지 않을 것 같단 판단이 서면 그대로 중단하고 시간을 흘려보냈다. 일종의 번아웃이라고 하자. 나는 어떻게든 여유를 찾고 싶었을 뿐이니까. 하지만 20대 초반, 앞으로의 미래 걱정을 하는 청년 중에 하나로 여유를 찾기란 정말 힘들었다. 물론 아직도 힘들다. 여유를 찾기 위해, 조금 더 알찬 인생을 살기 위해 올해도 꾸준히 일찍 일어났고, 운동했고, 공부했고, 규칙적으로 생활했다. 근데 뭘 완벽히 끝냈다는 느낌이 없었고, 쉬었다는 느낌이 없었다. 계속 달렸고 지쳐서 쓰러졌던 기억밖에 없다. 과연 뭐가 잘못된 것일까.

 미라클 모닝을 다시 점검했다. 답이 나왔다. 아침 새벽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니까, 내가 마음 편히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이 때 쉬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22년 짧은 인생이지만, 앞으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취준을 할 때도, 직장을 다닐 때도, 은퇴한 이후에도 미래 걱정 때문에 나는 계속 불안해하며, 걱정하며,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다 생각만 하는 것으로 지쳐버리겠지. 근데 만약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쉴 수 있다면..? 어쩌면 아침에 에너지를 먼저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보조배터리 하나를 여분으로 충전하는 느낌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4:30에 일어나서 읽고싶었던 책을 '편하게' 읽고, 손글씨 필사에 시간을 쏟지 않기 위해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블로그 임시저장 글로 빠르게 정리했다. 생각보다 필사는 잘 보지도 않는 문장들을 많이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바꿀 생각도 않고 기존 방법을 계속 고수하면서부터 책 읽는 것에 대한 부담이 많이 늘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나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근데 현실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변화를 시도했다. 물론 이게 더 나쁜 판단일 수도 있지만, 시도도 안 해보고 현실에 불만을 가지는 것보다는 경험 데이터를 쌓아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내가 알아서 조정하겠지 뭐. 근데 1일 차인 오늘은 아주아주 마음에 든다. 지금 생각하는 바로는 쭉 임시저장 글에 적다가 다 읽고 나서는 진짜 중요했던 문장들만 쏙쏙 골라서 손글씨 필사를 해야겠다는 것이다.

 미뤄두었던 블로그도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들어 벅차다. 수익이 목적이 아닌, 전자 기록장 같은 느낌으로다가 '나'라는 사람의 인생을 담아두고싶다. '꾸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