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끄적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살고 있다_200623

싲니 2020. 6. 2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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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을 했다. 코로나로 반복되는 일상, 사람은 만난지 오래. 심지어 가족도 못본지 2달이 넘었다.
알바, 자취방, 헬스장 이렇게만 다니느라 체중은 늘었고, 나태해졌다. 마음을 다 잡고 다이어트를 해서 일주일만에 3키로를 넘게 감량했지만, 돌아오는 건 왜 내가 이렇게 살고있는거지 하는 생각뿐. 어디에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가 없는데 먹는 것 까지 맛이 없는 걸 먹으니까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맛있는 걸 먹으면 폭식, 과식. 돌아오는 건 죄책감. 참, 요즘 나락이다 인생. 외동이라 원래 혼자있는게 제일 익숙하지만 어쩌면 이 시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외롭고 우울한 시간인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모든 게 다 거대한 장벽처럼 보인다. 항상 강박증에 갇혀서 ‘이거 아니면 안돼. 너 왜 그랬어. 이런 애 아니었잖아.’ 만 나에게 강요하고 반복하고 다그치고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해주지 못했다.

어제는 도넛이 너무 먹고싶어서 직접 만들어 먹었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엄청 허무했다. 진짜 열심히 만들었는데, 5시간동안 만든 결과가 튀긴밀가루덩어리라니. 그 전날부터 다음날 먹을 도넛 생각하면서 운동을 열심히 했던 내가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저녁 7시 이후로 먹지 않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카페 알바 내내 디저트 종류들의 유혹을 이겨내고 페퍼민트 차만 홀짝이며 버텼던 나도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설상가상 도넛을 튀기다가 팔에 기름이 튀어 물집이 잡히고 흉이졌다. 근데도 흉이져도 괜찮다고 내 몸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어쩌면 나를 더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싶어하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하루종일 침대에서 누워있었다. 방청소도 미루고, 먹기만 하고, 영화나 보고, 유튜브나 보고 그냥 누워있었다. 보고서 과제가 하나 남았는데 싹 다 미루고서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원래 잠이 많이 없는편인데, 오늘은 그렇게 잠이 막 쏟아지더라. 13시간을 내리잤다. 안자던 낮잠도 잤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우울증 증세라던데, 요즘 나 많이 힘든가보다. 인생 권태긴가.

사실 얼마 후면 엄마 생일에, 내 생일이다. 근데 일정상 만나지를 못한다. 힘든 기말고사 기간에 버텼던게, 이번 생일에는 레터링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서 집에 내려가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깨졌다. 허무하다. 케이크 돌림판이랑 생크림까지 사두었는데. 자취방에서 맛있는 걸 만들면 뭐하나, 결국 먹어주는 사람 한 명 없는데. 쨌든 이번 생일에는 그냥 나 혼자 미역국이라도 끓여먹어야지. 제대로 된 집밥 안먹은지 일 년은 넘은 것 같네.


그런데 그러다가 생각을 했다. 내가 이렇게 망가지면 얻는게 뭘까 하고. 모든게 귀찮아지면 도대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어디있을까.

유튜브를 보다가 뭔가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어 다노티비를 봤다. 내가 하루하루를 활기차고 즐겁게 살았던 때가 습관성형을 했던 때인 것 같아서. 강박증에 나를 묶어두지 않았던 때인 것 같아서. 근데 동영상에서 그런말이 나오더라. 다이어트의 끝은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그저 자연스레 건강한 음식을 찾고,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찾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것이라고. 지금 무기력증을 겪고 있는 건,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그래, 나는 지금 나를 너무 막 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를 꼭 안아주기로 했다. 지금까지 고생했고 잘 해왔다고. 어쩌면 지금의 힘듦은 더 발전할 수 있는 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그래서 내일부터 다시 시작할거다.
이제는 다이어트가 아닌, 건강하고 활기찬 삶, 그리고 그런 삶을 지속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내가 되기 위한 시작. 몸무게나 복근이 목표가 아닌, 바른 자세, 최상의 컨디션과 체력, 건강이 목표가 되는 삶.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과 돈에 기꺼이 투자하는 삶.
그리고 무엇보다 절제의 행복을 느낄줄 아는 삶. 남의 시선이 아니라 오로지 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을 때, 멋진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될 때까지 노력해보려고 한다.

Be the Best Version of You
: 수치가 목표가 아니라, 매일매일 도전하며 실패하고 그리고 그 실패를 바탕으로 다시 도전해서 나의 베스트 버전을 만들어 나가는 삶. 우리는 언제나 과정속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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