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끄적

[210410] 지독한 우울 _ 우울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싲니 2021. 4. 1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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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나아지나 싶었던 우울이 다시 나를 찾아왔다. 끝도없는 걱정, 고민과 외로움 불안함, 부정적인 감정, 무기력함이 나를 덮쳤다. 이불밖으로 나갈 힘 조차 나지 않았다. 바닥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전처럼 극단적인 충동이 들지는 않는다, 다만.. 그냥 힘이 없을 뿐이다. 코로나 때문일까도 생각해봤는데 일정부분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코로나가 주된 영향인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내가 지금껏 외면하고 싶어했던 나의 본질적인 외로움일 뿐. 지난 몇 년간 나를 괴롭히던 식탐이 오늘 이 본질을 자각하면서 점점 옅어져갔다. 이제는 음식 조차도 내게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나보다. 무기력, 무관심, 무덤덤한 인생. 요즘 나는 이런 상태다.

요즘 시험기간도 접어드는데 과제도 겹쳐서 독서를 미뤘다. (다행히도 운동은 강박증 덕분에 꾸준히 했다) 일단 독서를 미루면서 느낀 건, 내 유일한 흥미로움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배움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었다. 흥미로움이 느껴지는 배움이라면, 놀이보다 더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학과공부도 참 재미있지만, 나는 내 정신을 일깨우고 리프레시 할 수 있는 활동이 하고싶었나보다. 독서가 너무너무 하고싶어서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책부터 읽었다. 근데 이놈의 고질적 강박증이 읽는 즐거움을 감소시키는 것 같다. 25분 독서에 필사 25분. 필사 때려칠까.. 자유로운 필사로 돌려볼까..? 독서도 요즘 즐거우면서 지치는 느낌이다. 지속의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최근 내가 푹 빠져서 무언갈 해본 적이 있었는가,? 잘 모르겠다. 성과도 보이지 않고, 흥미도 없는 일의 반복이 이어지다보니 무력감이 깊어만 가는 것 같다. 이제는 무슨 일을 해도 흥미가 없다. 혼자 여행도 가고싶은데 코로나는 심해졌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주위에 지인들이 모두 떠나가버린 느낌이다. 과연 내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사람들을 만나면 그때처럼 재미있을까도 모르겠다. 다 귀찮다. 근데 외롭다. 이 상태로 누군가를 만난다면 저번처럼 내 자존감을 지키기 급급해서 나를 감추는게 그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겠지. 그건 미안해서 못할 짓이다. 혼자 견뎌내야지 이 외로움.

분명 머릿속은 복잡해서 할 말은 많은데 정리가 안되어서 나오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글을 써서 그런가. 앞으로 그냥 머리가 아플 때 자주 들어와서 글을 써야겠다. 이 블로그는 대부분 방문자수가 10미만으로 찍히기 때문에 누가 볼까도 염려되지 않는 나만의 공간같다.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꾸준히 내 감정을 기록해나가야지. 사실 네이버 블로그로 갈아탈까도 생각했는데, 거기는 동기랑 이웃이 되어있어 내 속내를 다 못털어놓을까봐 그냥 여기에 머문다. 아 그리고 일기하니까 생각나는데, 나는 내 일기장에 원래 이런 속얘기를 털어놨었다. 아날로그 일기장에 말이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일기쓰기가 부담스러워졌다. 전남친이 나 몰래 내 일기장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인 것 같다. 나를 위한 일기, 내 속내를 다 털어놓은 나만의 대나무숲이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글로 꽉 채워졌을 때가. 그 이후로부터 일기쓰기가 무서워졌다. 그리 착하지 않고, 생각보다 정말 이기적인 나를 들키는 게 무서워서. 근데 일기를 안써버릇하니까 내가 나를 모르겠더라. 머리가 생각으로 가득 차서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풍선이 되었다. 나는 지금 내 생각을 담을 상자가 매우 절실하게 필요하다. 차곡차곡 정리해서 내가 나를 알 수 있게. 오늘 밤은 운동하고 잠시 욕조 안에 들어가야겠다.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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