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놀거리

[대전 유성구] 봉명동 매드블럭 '영풍문고' _200324

싲니 2020. 3. 2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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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았다. 기분과 다르게.

 

 이틀 전과 어제, 이틀간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집에만 있을 수 없길래 친구랑 공부를 같이하자는 약속을 잡고 행선지를 정하던 중 서점을 가게 되었습니다. 서점,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사람들, 잔잔하게 울리는 가사 없는 멜로디의 음악, 책장 넘기는 소리, 바코드 찍는 소리. 상상만 해도 지성을 갈고닦고 싶어지는 곳 중 하나지요. 이틀 동안 방문했던 영풍문고는 평소보다 매우 조용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비슷했지만, 마스크를 끼고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조금은 스산한 분위기. 게다가 어제는 봉명동 쪽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자가 날아오더라고요. 하지만 이미 저는 그때 영풍문고 근처에 가 있던 터라 조금은 위험하고, 조금은 무모하지만 이렇게 하루가 무너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친구와 예정했던 계획을 강행했습니다. 

 문자 때문에 그런지, 이틀 전 방문했던 서점보다 사람이 굉장히 많이 줄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안심이 되더군요. 인간의 "나는 아니겠지." 하는 심보가 참 무섭다는 걸 새삼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러면 안 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사실 얼마 전 이별의 아픔을 겪고 집에만 있게 되니까 자꾸 추억이 떠올라 많이 힘든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밖으로 더 나가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서점의 분위기가 최근 불안해진 저를 조금 진정시켜주는 것 같았습니다. 진열대에 놓인 사랑에 관한 책들을 공부가 되지 않을 때 잠시 훑어보았었는데, 어떻게 보면 진부한 내용이고 누구나 아는 내용인데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위로란 게 참 별거 없다 싶었습니다. 그저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게 무서운 사람들에게 그 감정에 천천히 접근하도록 도와주는 것. 아프지 않게, 다치지 않게 도와주는 것. 그래서 그 감정을 마주하게 되면, '괜찮다. 다 지나갈 감정이다.' 한 마디 건네주는 것.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위로가.